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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고

나무위키에 의한 『철도창가』 도카이도편 가사 번역의 표절 행위를 필주한다

1900년에 발표된 『{鐵道唱歌|철도창가}』 {東海道|도카이도}편은 백 년 넘게 일본 철도를 상징하는 창가 음악으로서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예순여섯 절에 달하는 장황한 가사는 {管見|관견}에 따르는바 작년까지만 해도 온전한 형태로 {國譯|국역}된 적이 없었다. 온전한 형태라 함은, 번역이 예순여섯 절 전체를 포함하고 있는지, 그리고 가사의 번역 작업이 적절하게 행해졌는지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웹에는 이미 두세 가지 {國譯|국역} 판본이 나돌고 있었으나, 근본적으로 역자의 {古典語|고전어}에 대한 {沒理解|몰이해} 탓에 가사의 의미가 크게 왜곡되어 전달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나는 작년 4월부터 직접 번역 작업에 착수하여 {仝|동} 5월 4일에 {全譯|전역}을 이곳 「{晦溟齋|회명재}」에 공개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단전재를 엄금한다는 나의 경고에도 불구, 가증스러운 「나무위키」는 {私譯|사역}을 교묘하게 변형시키는 파렴치한 {盜作|도작} 행위를 저질렀다. 이 글은 {厚顔無恥|후안무치}한 나무위키 편집자들의 절도 행위를 {筆誅|필주}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교묘한 도작 행위는 물론 그 절대적 증거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2012년 7월 21일에 처음 작성된 나무위키 「철도창가/제 1집 도카이도 본선편」의 가소로운 오역 가사가 2024년 4월 중순까지도 하찮은 수준으로 남아 있다가, 내 번역이 공개된 이후에 이토록 서둘러서 거의 모든 잘못이 교정되어나갔다는 사실은 도작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동기를 제공한다. 내 번역이 공개되기 전의 마지막 나무위키판 번역인 r126판(2024년 4월 16일)을 현시점 기준 최신판(2025년 4월 9일)과 비교하여, 내가 갖게 된 의심의 타당함을 주장할 것이다.

나에 의한 번역 (사역) / r126판 (남1) / r177판 (남2)의 비교

주석은 모두 생략한다.

 
八  こゝに開きし賴朝が 幕府のあとは何かた
사역:이곳에 요리토모가 개원한 막부의 자취는 어디인고
남1:여기에 (가마쿠라 막부를) 연 요리토모가 / ‘막부의 끝은 언제인가’라고 했다지
남2:여기에 열린 요리토모의 막부의 흔적은 어디인가
 

{小學館|쇼가쿠칸}『{日本國語大辭典|일본국어대사전}』제2판(이하 【일국대】)에 따르면 {不定稱|부정칭} 대명사 いずかた에 시간을 나타내는 의미는 없다. 아마도 나무위키 편집자는 いづかた를 현대어 いつ「언제」와 비교하여 억측을 구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あとは{何|いづ}かた」에 대하여 r126판은 「끝은 언제」라는 오역을 제시하나 최신판에서는 「흔적은 어디」로 제시되어 도중에 교정되었음이 확인된다. 치열했던 {源平合戰|겐페이 합전}에서 승리하고 막 {鎌倉|가마쿠라}에 {武家|무가} 정권을 수립한 {源賴朝|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스스로 「막부의 끝은 언제」인지 묻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뇌를 빼놓고 작업했다는 증거이다. 이런 초보적인 오역이 교정된 것은 r138 판(2024년 5월 21일)에서인데, 내 번역이 공개되고 불과 한 달 조금 지난 시점이다. r29판(2014년 7월 6일)에 「끝은 언제」라는 오역이 추가된 이래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던 것이 내 작업이 공개된지 한 달만에 바르게 고쳐진 것은 실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一二 國府津おるれば馬車ありて 酒匂小田原とほからず
사역:고즈에 내리면 마차가 있고 사카와 오다와라 멀지 않도다
남1:코우즈에 내리니 전차가 있고 / 사카와 오다와라 지나지 않고
남2:코우즈에 내리니 전차가 있으며 사카와 오다와라와 멀지 않고
 
내 번역과 나무위키의 번역에서 「마차」와 「전차」로 가사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은 참고한 원문의 판본이 다른 탓이다. r126판의 오역은 얼핏 {舊|구} 가나 표기법에 익숙지 않은 이의 실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とおい「멀다」와 とおる「지나다」는 옛 표기에서 とほい・とほる이므로 둘 다 역사적으로 ハ{行|행}{轉呼|전호}를 겪었다. 나무위키 번역의 오역은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지 못한 훨씬 초보적인 잘못이다. 고전어에서 ク활용을 하는 형용사의 {否定|부정}은 {語幹|어간}에 からず를 취한다. 동사는 ク활용을 취하지 않으므로 とほからず는 당연하게도 とほい「멀다」의 활용형인 것이다. 도대체가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 왜 일본어 번역을 시도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지만, 어떤 분야든 간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말이나 끄적여놓는 나무위키라는 플랫폼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오역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지나지 않고」라는 오역은 r13판(2014년 3월 29일)에서 오역에 기반한 장황한 주석과 함께 추가되었는데, 물론 「멀지 않고」로 교정된 것은 r141판(2024년 5월 25일), 즉 내 번역이 공개되고 한 달 남짓이 지난 시점이다. 기가 막힌 우연 아닌가!
 
一四 はるかにみえし富士の嶺は はや我そばに來りたり
사역:아득히 보였던 후지산은 금세 우리 곁에 왔도다
남1:아득하게 보이는 후지의 봉우리는 / 벌써 우리 곁에 왔다
남2:아득하게 보이는 후지의 봉우리는 어느새 우리 곁으로 왔노라
 
사소해보이는 차이지만 과연 그럴까? 내 번역이 공개되기 전까지 나무위키 편집자들은 し가 과거 조동사 き의 연체형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부분에서 과거 조동사를 한국어 과거형으로 옮기지 않은 오역이 다수 나타나며, 제14절의 경우 현재까지도 교정되지 못하였다. 18절에서 나의 의심은 정확하게 적중한다.
 
一八 鳥の羽音におどろきし 平家の話は昔にて
사역:새의 날갯소리에 겁먹은 헤이케의 이야기는 이제 옛일
남1:새의 날개소리에 놀라고 / 헤이케의 이야기는 옛날이고
남2:새의 날개소리에 놀란 헤이케의 이야기는 옛날로
 
 r126판은 おどろきし를 명사 おどろき「놀람」과 동사 す「하다」의 연용형 し의 조합으로 해석한 것인데 지극히 초보적인 오류이다. 동사에 조동사가 붙은 꼴로 해석해야 올바르며 애초에 그래야지만 문장의 의미가 자연스럽다. r19판(2014년 3월 29일)에 추가된 「놀라고」는 약속이라도 한듯이 r141판(2024년 5월 25일)이 되어서야 교정된다. 기적적인 우연이 세 번이나 확인되었다.
 
二〇 三保の松原田子の浦 さかさにうつる富士の嶺を
   波にながむる舟人は 夏も冬とや思ふらん
사역:미호노마쓰바라 다고노우라 거꾸로 비치는 후지산을
   물결 위로 바라보는 뱃사람은 여름도 겨울이라 여기리라
남1:미호의 마츠바라, 타고노우라 /거꾸로 비치는 후지산 봉우리를
   파동에 바라보이는 뱃사람은 / 여름도 겨울을 생각치 않네
남2:미호의 마츠바라, 타고노우라 거꾸로 비치는 후지의 봉우리를
   물결에 바라보는 뱃사람은 여름도 겨울이라 생각하리라
 
맥락을 보기 위해 절 전체를 인용한다. {三保松原|미호노마쓰바라}는 해안을 따라 후지산이 바라보이는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일본 굴지의 경승지이다. 『철도창가』 도카이도편에서는 후지산이 해면에 거꾸로 비쳐 새하얀 {宿雪|숙설}이 보이는 풍경을 강조하기 위해, 여름에도 물결 위로 보이는 후지산의 하얀 눈 탓에 겨울인 줄 아리라는 절묘한 내용으로 노래한다. 이 구절은 내가 『철도창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가사의 의미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축어역만을 고집하는 나무위키의 번역 방식은 이토록 우아한 구절을 의미를 알 수 없는 {워드 샐러드|word salad} 수준으로 훼손시키고 말았다. 「波にながむる」가 나무위키에서 판을 막론코 기묘하게 번역된 것은 물론 그들의 국어 능력이 부실한 탓이겠고, 「夏も冬とや思ふらん」가 오역된 것은 그들의 고전어에 대한 {無知|무지} 탓이다. 「思ふらん」의 らん은 {推量|추량} 조동사 らむ의 발음이 변화한 것으로, 이 경우 {終止形|종지형}에 부가되었다. 【일국대】에 따르면 らん은 {平安|헤이안} 시대부터 나타난다. 나무위키 편집자는 단순히 ん의 존재를 통해 고전어의 {否定|부정} 조동사 ぬ를 떠올렸거나 그 현대 방언 반사형 ん을 상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ぬ는 동사의 {未然形|미연형}에만 부가될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ぬ는 또한 완료 조동사이기도 한데, 이 경우 용언의 {連用形|연용형}에만 부가된다. ぬ로 말미암은 오역은 나무위키를 비롯해 한국어웹에 산만큼 쌓여 있지만, 그럼에도 종지형+らむ와 미연형+ぬ를 혼동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말이 나온 김에 내가 가사를 번역한 다른 곡인 『청년 일본의 노래』의 「革新の{機|とき}到りぬと」라는 구절을 나는 「혁신의 때가 도래했노라며」라고 번역했으나, 나무위키는 「혁신의 기회가 오지 않으면」이라는 창의적인 번역을 제시한다. 이 또한 {否定|부정} 조동사 ぬ와 완료 조동사 ぬ를 구분해내지 못한 바보같은 오역이다(만일 나무위키의 오류를 수정하겠다면, 마찬가지로 본 기사에 수정할 의사를 밝히는 댓글을 남기고, 나무위키 문서 편집 이력에도 이러한 사실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현대 일본의 저급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조금 본 것 가지고 일본어 전문가 행세를 부리는 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문장이었는지, 앞선 구절과 비교해서 다소 늦은 r30판(2014년 12월 30일)이 되어서야 「파도에 {나가무루|Sic!} 뱃사람은/여름도 겨울이라고 생각하질 못한다」가 추가되었다. 이후 10년 가까이 의미없는 편집만이 이루어지다가, r141판(2024년 5월 25일)이 되어서야 올바르게 교정되었다. 내 번역이 공개된 지 고작 한 달 조금 지난 시점이다.
 
二一 わたればこゝぞ宇津の谷の 山きりぬきし洞の道
사역:건너면 이곳은 우쓰노야의 산을 꿰뚫은 동굴길
남1:건너노니 여기 우츠노야의 / 산을 빠져나가 동굴의 길
남2:건너노니 여기 우츠노야의 산을 빠져나가 동굴 길
 
제14절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오류가 고쳐지지 못한 구절이다. し가 과거 조동사 き의 연체형이라는 사실은 앞서 이미 논했다.
 
三四 名だかきの鯱は 名古屋の城の光なり
   地震のはなしまだ消えぬ 岐阜の鵜飼も見てゆかん
사역:명성 높은 황금 치미는 나고야성의 빛이라
   지진의 여파 가시지 않은 기후의 우카이도 보고 가세
남1:이름 높은 샤치호코는 / 나고야 성의 빛이 되어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도다 / 기후의 가마우지도 보네
남2:이름 높은 황금 샤치호코는 나고야 성의 빛이라
   지진 이야기 아직 끊이지 않는 기후의 가마우지로 하는 낚시도 보고 가세
 
なり는 {斷定|단정} 조동사이며 동사 なる「되다」의 {連用形|연용형}과는 다르다. 「はなしまだ消えぬ」의 오역은 가관인데, 비교적 최근인 r119판(2024년 4월 16일)에서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도다」가 추가되었고, 내 번역이 공개되고 한 달 조금이 지난 r142판(2024년 5월 25일)이 되어서야 지금과 같이 교정된다. 일반적으로 なり는 「이다」라고 번역되는데, 고풍스러움을 살리고자 「이라」를 즐겨쓰는 내 특유의 습관마저 그대로 표절해갔으니 실로 악질적이다.
 
三七 山はうしろに立ち去りて 前に來るは琵琶の海
   ほとりに沿ひし米原は 北陸道の分岐線
사역:산은 뒤로 물러가고 앞으로 다가오는 비와호
   강변을 낀 마이바라는 호쿠로쿠도의 분기선
남1:산은 뒤에 서있고 / 앞에 있는 것은 비와호
   근처에 접한 마이바라는 / 호쿠리쿠도의 분기점
남2:산은 뒤로 떠나가고 앞으로 오는 것은 비와호
   물가 따라 있는 마이바라는 호쿠리쿠도의 분기점
 
【일국대】에 따르면, たちさる는 「立ってその場を去る。たちのく。また、単に、去る」와 같이 풀이된다. 즉, 「떠나가다」라는 뜻이다. 「서있고」라고 오역되었던 부분이 「떠나가고」로 수정된 것은 내 번역이 공개된 이후의 일이다. 마찬가지로 【일국대】에 따르면, ほとり는 「特に、川や海などのきわ。ふち」와 같이 풀이된다. 나무위키 편집자는 {辭典|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보는 방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三九 その八景も居ながらに 見てゆく旅の樂しさよ
사역:그 8경도 가만히 앉아 구경하는 여행의 즐거움이여
남1:없음
남2:그 팔경도 있으니 보고 가는 여행의 즐거움이여
 
이 구절은 「표절 의혹의 결정적 실마리」라고 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그 8경도 있으매 (후략)」라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번역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영 마음에 걸려서 어느날 사전을 펼쳤더니 【일국대】에서 「すわったまま。その場で」와 같이 풀이되는 부사 いながら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어쩐지 に를 취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번역을 「그 8경도 가만히 앉아 (후략)」으로 개정하여 문장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틀림없이 내 번역을 도작했을 나무위키는, 내 오역마저 그대로 베껴가버리고 만 것이다!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이 외에도 표절이 의심되는 부분과 어처구니 없는 오역은 차고 넘치지만 일일이 모두 지적하려니 끝이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표절 의혹이 상당 부분 설득력을 얻지 않겠는가 싶다. 물론 내 번역 또한 완벽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고전어 문법에 대한 지식을 구사하여 적절한 사전을 참고하며 작업하였고, 최소한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체하며 표절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결론

이번 경험을 통해, 나무위키의 정보가 어떠한 방식으로 생산 및 갱신되고 있는지 한 가지 모델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1. 뭣도 모르는 사람이 언젠가 잘못을 교정해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희망하며 오류로 가득찬 정보를 나무위키에 게재한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웹 전체로 퍼져나간다.
2. 잘못된 정보가 전파되는 상황을 보고 전문가(혹은 그에 준하는 유식자)는 우려심에 나무위키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더 나은 형태로 가공하여 발신한다(나무위키의 무책임한 편집 활동과 달리,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물론 현생을 살아가는 전문가는 나무위키에서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 결실은 종종 나무위키가 아닌 다른 매체에 게시된다(설령 나무위키에 게시한다고 하더라도, 문서를 사유물처럼 여기는 악질 편집자들에 의해 유의미한 편집은 롤백되고 유식자는 종종 차단된다)(모 대학 교수가 겪은 실화로, 나무위키의 쓰레기 학술 문서를 개선하던 중 편집이 취소되었고, 토론을 하던 중 영구 차단을 당했다).
3. 나무위키는 그 정보를 무단으로 도작하여(종종 열화시켜서)나무위키에 퍼다나르고, 결단코 크레딧은 남기지 않는다.
4. 나무위키 편집자들은 타인에 의한 작업을 절도하는 행위를 되풀이하며 「뿌듯함」을 느끼고, 나무위키를 찾는 일반인들은 그곳을 지식의 보고로 여긴다.
 

내 지식과 노력이 담긴 작업물을 어디 감히 추잡하고 더러운 사이트에 열화시켜서 퍼 나르는가? 더럽고 열등하고 쓰레기같은 사이트에 다시는 내 작업물을 표절・도작하지 않도록 나는 그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투쟁을 이어갈 것이며, 앞으로도 나무위키 접속 차단 및 궁극적으로는 폐쇄를 위해 인식 활동을 펼칠 것이다. 10년 간의 집단지성의 결과가 저것이라면, 집단지성이 도저히 작동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가 없다. 마음이 있는 자라면 {廉恥|염치}를 알아야 할 것이다.

나무위키에 최후의 심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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