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의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改詞曲 문화는 전 세계 어디에든 존재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替え歌」라고 하는데, 戰時 체제 하에서 발생한 改詞曲은 군가를 통해 이념적 통제를 企圖한 爲政者와 軍部의 뜻에 반항하여 反戰의 의사를 드러내는 일종의 집단적인 저항 행동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특히 태평양 전쟁 말기에 學童疎開에 의해 강제 소집되어 가혹한 집단 훈련과 노동을 강요받은 「아이들」에게 있어, 다분히 사상적인 군가와 전시가요의 가사를 비틀어 동료들과의 「일체감」을 형성하는 행위는 심리적으로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戰時下 일본에서 태어난 民謠 가수 笠木透는, 장난기 가득한 일견 가벼워보이는 아이들의 改詞曲이 한편으로는 어른 사회를 고발하고 평화를 希求하는 무거운 의미를 지닌다고 믿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러나 그가 2014년 12월에 直腸癌으로 사망한 뒤, 정리되지 못한 자료의 寫本을 立命館大學의 鵜野祐介 교수가 收拾하여 연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서 단행본 『子どもの替え唄と戦争―笠木透のラスト・メッセージ』(2020)라는 형태로 간행하였다. 실은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2025년 2월 25일자 TBS 뉴스 다이제스트에서 방송한 어느 기획 프로그램을 시청한 것이었다(내가 지인에게 공유한 영상이 어떻게 퍼졌는지, 누군가 먼저 이 주제와 관련된 글을 다른 곳에 게재하였는데, 나와 동일인이 아님을 밝힌다). 해당 기획은 전후 80년을 기념하여 전쟁 세대의 기억을 보존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으며, 일본은 물론 해외로부터도 정보를 모집하고 있으니, 식민지 朝鮮에서 겪은 태평양 전쟁과 관련된 기억(특히 「개사곡」과 관련하여)을 가지고 있는 자는 공식 사이트에 제보해보면 좋지 않을까.
아직 鵜野祐介 교수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으나, 그가 여섯 차례에 나눠 『立命館文學』에 「笠木透の替え唄研究」라는 부제를 달고 투고한 논문을 읽어보며, 그 속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여긴 改詞曲을 일부 건져 여기에 소개하도록 한다.
애국행진곡
원곡 가사
見よ東海の空明けて/旭日高く輝けば/天地の正氣潑剌と/希望は躍る大八洲/おゝ淸朗の朝雲に/聳ゆる富士の姿こそ/金甌無欠搖ぎなき/わが日本の誇りなれ/······ (중략) ······/臣民われら 皆共に/御稜威に副わん 大使命
개사
(1)見よ東条のはげ頭/旭日高く輝けば/天地にぴかりと反射する/蠅がとまればつるとすべる/おお清潔にあきらかに/そびゆる禿の光こそ/戦争進めゆるぎなき/わが日本のご同慶(加太1971:51, 鳥越1998:185, 有馬2000:327)
(2)見よ東条のはげ頭/ハエがとまればツルッと滑る/滑って止ってまた滑る/止って滑ってまたとまる/おおテカテカの禿頭/そびゆる富士も眩しがり/あの禿どけろと口惜し泣き/雲に隠れて大むくれ(有馬2000:327)
개사곡의 주제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제국 首相이었던 東條英機의 대머리를 조롱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2)의 후반부는 일본의 상징인 富士山에 자신들의 처지를 이입시켜, 무리하게 전쟁을 추진하는 東條英機에게 물러나라고 고함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바다에 가면
우선 原典 『萬葉集』 18:4094–4097부터.
(전략)海行者 umî jukaᵐba・美都久屍 mîⁿduku kaᵐbane・山行者 jama jukaᵐba・草牟須屍 kusa musu kaᵐbane・大皇乃 opo kîmî nö・敝尓許曾死米 pê ni kösö sinamë・可敝里見波 kapêrimî pa・勢自等許等大弖 seⁿzi tö kötöndate(후략)
원곡 가사
海行かば/水漬くかばね/山行かば/草むすかばね/大君の/邊にこそ死なめ/かえりみはせじ
개사
(1)海にカバ/ミミズク馬鹿ね/山行かば/草むすかばね/おゝ君の/へにこそ死なめ/かえり見はせじ(笠木1995:12–13, 有馬2003a:287)
(2)海にカバ/水ずくカバね/山にカバ/草むすカバね/おお君の/へにこそ死なめ/かえり見はせじ(笠木2014:72)
準國歌 취급을 받은 고귀한 음악임에도, 당시 아이들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고 하는데, 고전어로 작성된 시가를 그대로 가사로 끌어쓴 탓에, 현대어로 들으면 河馬가 네 마리나 나오고, 임금이 뀐 방귀에 백성이 죽는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월월화수목금금
원곡 가사
朝だ夜明けだ 潮の息吹き/ぐんと吸い込む あかがね色の/胸に若さの 漲る誇り/海の男の 艦隊勤務/月月火水木金金
개사
(1)夜ノ夜中ノ マツクラ闇デ/ウントフンバル アカガネ色ノ/クソノ太サト ミナギルニホヒ/裏ノ畠ノ 肥溜メ便所/ケツケツカイカイ 蚤クツタ(山中1982:251–252, 笠木1995:2, 鳥越1998:181, 有馬2003a:285)
(2)朝だ五時半だ 弁当箱下げて/家を出ていく おやじの姿/昼めしは ミミズのうどん/ルンペン生活 なかなかつらい/月月火火ノミがいる(中沢I:2, 笠木1995:3, 鳥越1998:182, 有馬2003a:285)
(3)朝だ五時半だ ごはんのしたく/今朝のごはんは団子と大根/昼のおかずは大根と団子/集団生活なかなかつらい/ケツケツカイカイノミシラミ(奥田1969/2001:243,鳥越1998:181–182)
(4)朝だ四時半だ 弁当箱下げて/うちを出て行く 親父の姿/下はボロズボン 上はボロシャツ/うちの親父は 土方の大将/一日五銭の 安日給(笠木1995에 투고된 가사)
戰局이 악화되면서 점차 확대되어가는 疎開, 그로 인해 학생들이 처하게 된 단체 생활의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 流浪 계급으로 내몰려 하루 벌어 겨우 먹고 사는 빈곤을 풍자하는 주제가 돋보인다.
보병의 본령
원곡 가사
萬朶の櫻か 襟の色/花は吉野に 嵐吹く/大和男子と 生れては/散兵線の 花と散れ······ (후략)
개사
(1)大東亜戦争が勝ったなら/電信柱に花が咲く/ネズミが猫を追いかける/焼いた魚が踊りだす(笠木1995에 투고된 가사)
(2)もし日本が負けたなら/電信柱に花が咲き/焼いた魚が泳ぎ出し/絵にかいただるまさんが踊りだす(笠木1995에 투고된 가사)
첫 번째 개사곡은 「일본의 승전」을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일」들과 병렬적으로 언급하는 反戰歌의 일종이다. 그러나 당시 어린 학생이었던 투고자는 이 노래의 숨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으며,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증언하였다. 이 노래는 절대로 불러서는 안된다고 先生이 나무라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단지 여태 불러온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어 섭섭하게 여겼다고 한다. 두 번째 개사곡은 단순히 첫 번째 개사곡의 첫 구절을 거꾸로 뒤집은 것에 불과하며, 이러한 조작은 兒童의 개사곡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노영의 노래
원곡 가사
勝つて來るぞと勇ましく/誓つて故郷を出てからは/手柄立てずに死なれよか/進軍ラッパ聽くたびに/まぶたに浮かぶ旗の波
개사
(1)負けて来るぞと情なく/しょぼしょぼ国を出たからは/手柄などとはおぼつかない/チャルメルラッパ聞くたびに/瞼にチラチラ敵の剣(船越1981:227)
(2)負ケテ来ルゾト勇マシク/誓ツテ国ヲ出タカラハ/手柄ナンゾハ知ルモノカ/退却ラツパ聞ク度ニ/ドンドン逃ゲ出ス勇マシサ(山中1982:253, 笠木1995:6)
(3)勝って来るぞと勇ましく/誓って国を出たからは/手柄たてずに支那料理/進軍ラッパ聞くたびに/まぶたに浮かぶ支那料理(倉本1984:87, 笠木1995:6, 有馬2003a:285)
(1)과 (2)는 가사의 의미를 거꾸로 뒤집은 흔한 말장난이다. (3)은 생소한 문어체인 「死なれよか」가 발음의 유사성에 의해 「支那料理」로 오인되었거나 언어유희로 활용된 사례이다. 국내에서도 제법 인지도가 있은 곡이다 보니, 이 블로그 기사의 기술이 정확하다면 (4)와 같이 한국어 개사곡이 존재하는 일본어 전시가요로서 희귀한 사례가 될 것이다.
(4)까뎀 구루마 발통 누가 돌렸노/집에 와서 생각하니 내가 돌렸네/······ (이하 불명)
「까뎀」은 영어의 ‘God damn’의 轉訛이며, 원곡 가사의 「勝って」와 발음이 흡사하다. 여기에는 단 한 사례만을 인용하였으나, 일본어 전시가요의 기록되지 못한 한국어 개사곡은 훨씬 많을 것이다.
유야케 고야케
원곡 가사는 일본 東京都八王子市上恩方町 소재의 「夕焼小焼歌碑」의 명문을 따랐다.
원곡 가사
夕烧小烧で日が暮れて/山のお寺の鐘が鳴る/お手々つないで皆帰らう/烏と一緒に帰りませう
제목의 「小焼け」는 어조를 가다듬기 위해 덧붙인 말로서 특별한 의미가 없으므로, 「저녁노을」이라는 의미가 된다. 일본을 여행하거나 거주한 경험이 있다면 해질녘 무렵에 방송되는 時報를 통해 이 곡을 들어봤을 것이다.
5時30分になりました。 外で遊んでいる子どもたちは、気を付けておうちへ帰りましょう。
개사
夕焼小焼で日が暮れない/山のお寺の鐘鳴らない/戦争なかなか終わらない/烏もお家へ帰れない(木乃美1988:87, 笠木1995:20)
평화로운 풍경 묘사를 모두 반어법으로 뒤집은 데다 「전쟁」을 언급하기에 제법 의미심장한 가사가 되었다. 전쟁 때문에 일상을 상실한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교육칙어
원문
朕惟フニ我カ皇祖皇宗國ヲ肇ムルコト宏遠ニ德ヲ樹ツルコト深厚ナリ/······ (중략) ······/爾臣民父母ニ孝ニ兄弟ニ友ニ夫婦相和シ朋友相信シ/······ (중략) ······/ 御名御璽
개찬문
朕思わず屁をたれた汝臣民くさかろう国家のためだ我慢しろ(笠木1995에 투고된 글)
『敎育勅語』는 歌詞라고 부를 수 없지만 보고 있으니 어이가 없어서 가져와보았다.
이로하니 별사탕
원곡 가사 (대표)
いろはにこんぺいとう こんぺいとうは甘い 甘いは砂糖 砂糖は白い 白いはうさぎ うさぎははねる はねるはかえる かえるは青い 青いはやなぎ やなぎはゆれる ゆれるはゆうれい ゆうれいは消える 消えるは電気 電気は光る 光るはおやじのはげあたま
개사
イロハニコンペイトー コンペイトーはあまい あまいはお砂糖 お砂糖は白い 白いは雲 雲ははやい はやいは汽車 汽車は黒い 黒いはけむり けむりは軽い 軽いは石油 石油は高い 高いは富士山 富士山は遠い 遠いは東京 東京はえらい えらいは天皇 天皇は人間 人間はわたし(笠木1999:120)
이것은 朝鮮에서 국민학교 학생들이 불렀던 개사곡이다. 연관되는 개념의 단어를 늘어놓는 노래를 「꼬리따기」라고 불렀다. 현재에도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는 비슷한 노래가 남아 있다. 天皇은 神聖不可侵의 域에 있던 당시에, 그를 인간으로 格下시켜 자기 자신(이등시민이었던 조선인)과 연결짓는 이 개사곡의 諷刺性은 실로 놀라운 것이다.
문득 我國의 軍部政權 下에서 보급된 健全歌謠도 獨裁에 반항하는 뜻을 담은 개사 버전이 창작되지 않았을까 궁금해졌다. 그 당시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의 提報를 기다린다.
출전
鵜野祐介(2015)「アジア太平洋戦争中の日本の子どもの替え唄(前編)―笠木透の替え唄研究 その1」『立命館文學』644:140–128
____(2016)「アジア太平洋戦争中の日本の子どもの替え唄(後編)―笠木透の替え唄研究 その2」『立命館文學』647:115–128
____(2017)「アジア民衆の反日・抗日のうた―笠木透の替え唄研究 その4」『立命館文學』651:15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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