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어느새 겨울이 되었습니다. 거의 여덟 달 전에 작성한 1일차, 2일차에 이어서 3일차 기행문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3일차 전반부만 싣고 나머지 분량은 다음 글에 양보하겠습니다. 이 날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와 있었기 때문에 미야코섬 방문 일주일 쯤 전에 미리 택시를 대절해두었습니다. 제가 이용한 업자는 마루치쿠 택시로, 저는 가장 저렴한 3시간 코스를 예약했습니다. 웹사이트에는 모델 코스를 시간 별로 제시하지만, 저는 제가 계획한 코스를 직접 입력하여 기사님께 요청했습니다. 당초 제가 요청한 동선은 미야코섬의 남쪽과 북쪽에 위치한 이도離島로 가는 대교를 가로지른 뒤 유키시오 제염소製鹽所를 견학한 뒤 동부 연안을 달리다가 두부 요리집에 하차하는 것이었으나 호우와 휴업 등이 이유로 기사님의 판단에 맡겨 동선을 조금 변경했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렌터카를 이용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시기 바랍니다.
비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내렸기 때문에 택시를 미리 대절해둔 것은 정답이었습니다. 8시 반에 숙소 바로 앞에서 탑승하였기에 느긋하게 씻고 차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기사님의 이름은 미야구니宮国幹雄 씨. 미야구니는 2일차에 방문한 먀군 지구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이는 성씨로, 미야코섬에서는 다이라平良, 스나카와砂川, 시모지下地 등과 함께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주로 기사님과 나눈 대화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발췌하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동선 변경 및 잡담
미야코섬에서 태어나서 택시 기사를 하고 계신 미야구니 씨는 운전을 하면서도 쉴새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일반적인 전후 미야코섬 출신답게, 성인이 되자 상경하여 도쿄에서 생활하다가 나중에 귀도한 케이스입니다. 우선 택시에 탑승하자마자 드라이브 플랜을 점검했습니다. 오키나와현의 섬의 해안 도로는 보통 방풍림防風林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바다를 보며 달리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부 연안을 달리려는 계획은 취소했습니다. 방풍림은 지진해일 같은 방재의 목적이냐고 물어보았는데, 그렇기도 하지만 바닷바람에 작물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합니다.
어찌되었건 택시 대절은 3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기 때문에, 미야코섬의 모든 대교를 건너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재빨리 남쪽의 구리마대교를 향했습니다. 미야코섬에는 대교가 세 개 있는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이라부대교는 1일차에서 이미 건넜기 때문에 이 날은 건너뛰었습니다.
대교를 향하는 동안 시덥잖으면서도 딥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근대 일본 사회에서 용인되었던 앙갚음 제도仇討ち制度가 부활하면 살인 등의 흉악 범죄가 사라질 것이라거나, 요즘 젊은 순경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공권력의 역할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다는 등, 인터넷 뉴스 댓글에서 설전이 벌어질 법한 화제는 물론, 무력으로 미야코섬을 통일한 뒤 암살당한 이름 모를 투유먀 뒤에 처음으로 어짊과 지혜로써 통일된 미야코섬을 통치한 세토 투유먀(?)에 관한 이야기 등 섬의 역사에 관한 현지인의 인식과 같은 폭넓은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세토 투유먀(?)는 시두 투유먀勢頭豊見親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아쉽게도 자세히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1편에서 소개드린 류큐 제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시사シーサー는 왜 꼭 두 마리가 짝을 이루어 놓이게 된 것인지에 대한 기사님 나름의 고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류큐의 유명한 오래된 시사는 하나같이 지붕 위에 한 마리만 놓여 있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은 시사는 현관을 노려보며 마를 몰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기사님의 가설에 따르면, 지금과 같이 두 마리가 짝을 이루게 된 이유는, 부자들이 집 둘레에 담벼락을 세우면서 대문 좌우의 기둥에 한 마리씩 대칭으로 놓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지붕에서 현관을 노려보아야 하는 시사가 현관 바로 위에 놓이게 되었으며 심지어 웃는 얼굴을 짓게 된 바람에 의미가 퇴색됐다고 말합니다. 그럴싸한 가설이라고 생각되지만, 어느 정도의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신비로운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오늘 제가 방문하려는 유키시오 제염소 동쪽에 위치한 외딴 작은 섬인 우감大神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감섬은 스무 명 정도의 주민이 있는 유인도입니다만, 기사님께서는 이 섬은 신령에게 수호를 받고 있는 섬이라고 했습니다. 역사에는 나오지 않고 이름도 알 수 없지만 힘이 매우 강한 신령이 우감섬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로 우감섬은 그토록 작은 섬임에도 불구하고 일주 도로가 깔리다가 말았다는 것입니다. 듣자하니 일주 도로를 깔기 위해 중장비를 섬까지 들여와서 공사를 몇 번이나 했는데 번번히 사고가 발생하고 결국 사람이 죽기까지 하면서 결국은 공사를 도중에 포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우감섬의 신이 건들지 말라고 항의하는듯이 몇 번이고 사고가 일어나서, 업자가 “더는 안 하겠다” “그곳은 건들면 안 되는 곳이다”라며 철수했다고 합니다. 말하길, 우감섬의 신은 겉으로 드러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섬의 동쪽을 공사할 때마다 강력한 태풍을 몰아치게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섬의 이름부터가 “커다란 신”을 의미하는데, 분명 그 합당한 유래가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합니다. 저는 택시 안에서 지금까지 이름도 역사도 없었던 새로운 신화가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미야코어에 관한 이야기
기사님은 미야코어를 ‘발화’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세대입니다. 55세 미만은 미야코어를 듣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어도 직접 발화하는 건 곤란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는 언어 소멸의 전형적인 한 단계입니다. 기사님은 요즘 미야코섬의 젊은이들이 미야코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현실에 한탄하면서 최근 섬에서 사용되는 잘못된 미야코어를 지적합니다. 예컨대 미야코섬의 젊은 주민들은 쓴맛의 “여주”를 뜻하는 미야코어를 ゴーヤー [고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goːra [고라]가 옳다고 알려주면 그제서야 납득한 듯이 고개를 기우뚱거리다가 끄덕인다고 합니다.
제가 무심코 얘기한 프랑스 출신 미야코어·야에야마어 연구자인 케난 셀릭Kenan Celik 씨를 알고 계서서 놀랐습니다. 기사님이 언젠가 지인 집에 놀러갔더니 웬 프랑스 사람이 와서 미야코어를 말하고 있길래 ‘뭐야 이녀석何だコイツ?’라고 생각했는데, 그 프랑스인이 방언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하여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지인은 셀릭 씨를 ‘내 제자俺の弟子’라고 부르고 다닌다는데, 둘 다 미야코어를 술술 말할 수 있는 데다가 친화력이 아주 좋아서 금세 사람을 사귄다고 합니다. 셀릭 씨는 분명 방언조사 차 미야코섬을 방문했을 텐데, 거기서 현지인과 친구를 먹고 방언 대회에 나가서 무대 위에서 농담 따먹기로 우승까지 한 셈입니다. 특히 미야코어 pari [파리] “밭”과 프랑스의 수도인 Paris “파리”를 활용한 말장난은 인상적입니다.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섬의 언어가 완전히 달라서 ‘전혀 통하지’ 않는 데다가 악센트와 인터네이션도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는 일본 본토에서 크게 간과되는 점으로, 오후에 방문한 마트에 めんそーれ [멘소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멘소레]는 오키나와 본섬에서나 쓰이는 말이고, 미야코어로는 んみゃーち [음먀치]라고 합니다.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섬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던 와중에 기사님이 “오키나와와 미야코는 근본적인 문화 자체가 다른 게 아닐까”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오키나와현을 마치 하나의 동질적인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많지만, 정작 오키나와현의 주민들은 정반대의 인식을 보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사님에 따르면, 이케마섬에서 사용되는 이케마 방언은 니시베西辺(현지 명칭 은스무라)라는 부락의 방언과 이라부섬의 사라하마佐良浜 쪽의 방언과도 서로 닮았다고 합니다. 이는 주민을 미개척지에 강제로 이주시킨 분촌分村의 영향으로, 사쓰마번에 종속된 류큐왕국에서 시행되었습니다. 이케마섬 출신 주민들의 인구가 늘어나자, 분촌의 일환으로 다른 섬으로 이주되면서 그들의 언어도 다른 부락으로 옮겨졌고,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이케마 민족은 미야코섬 내에서 비교적 최근까지도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섬에서도 민족 정체성이 갈리고 여기저기서 전쟁이 벌어졌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합니다.
기사님은 미야코섬 출신 가수인 시모지 이사무와도 연이 있다고 합니다. 시모지 이사무의 부친은 기사님의 아내의 백부이며, 시모지 이사무는 사촌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시모지 이사무의 부친은 놀랍게도 어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시모지 이사무의 노래 〈오늘 저녁 반찬キュウヌユーヌスウ〉(14분 10초부터)에서 “어부 아버지”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실제로는 미장이左官屋라고 합니다.
미야코섬의 먹거리
기본적으로 오키나와현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소바는 섬마다 오키나와 소바, 야에야마 소바, 미야코 소바 등 이름이 다를 뿐 기본적으로 같은 음식이지만, 지역 별로 사소한 차이가 보인다고 합니다. 오키나와 소바는 면이 둥글지만 미야코 소바는 면이 납작하며, 국물도 사소하지만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기사님은 미야코 소바가 훨씬 맛있다고 하는데, 직접 먹어본바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찬푸루도 오키나와현 지역별로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이들 요리가 언제부터 오키나와 제도에 퍼지게 된 것인지는 류큐 요리사料理史를 탐구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기사님에 따르면, 미야코섬에서 염소고기는 원래 경사가 있을 때만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결혼식을 올릴 때, 집을 새로 지었을 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대학에 합격했을 때에나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장례식 때는 염소국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례식 때는 사시미, 돼지고기, 소고기 요리가 주로 차려진다고 합니다.
염소고기로 육수를 낸 요리는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섬에서 크게 차이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오키나와 본섬은 소금으로 간을 하지만, 미야코섬은 msu [음수]라고 불리는 된장, 즉 ‘미소’로 간을 한다고 합니다. 된장 베이스가 압도적으로 맛있다고 칭찬하시는데, 안타깝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 상상으로도 역시 된장 베이스가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된장을 넣은 수육을 상상해보면 미야코섬의 염소 국물이 한국인의 입맛에 더 맞을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일본 본토의 소금 라멘보다 미소 라멘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기사님은 과거 이 사실을 모르고 오키나와에 놀러갔을 때 소금 간으로 된 염소 국물이 나와서 화를 낸 적 있다고 할 정도로 미야코섬 향토 요리에 자부심을 갖고 계신듯 했습니다.
숙취 해소 음식으로 일본 본토에서는 라멘을 주로 먹지만, 미야코섬에선 흥미롭게도 스테이크를 먹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미야코규宮古牛 같은 값비싸고 거창한 고기를 먹는 것은 아닙니다.
미야코는 사탕수수와 담배는 물론 망고와 바나나 등 열대 과일로도 유명합니다. 미야코섬의 망고는 일본 본토에도 수출됩니다. 한국의 경우 망고를 오로지 수입해서 유통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증열 처리를 거치기 때문에 당도가 떨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미야코섬 같이 남방 지역에서 수확한 망고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본토의 도심지에서도 증열 처리를 거치지 않은 망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기사님이 강력 추천하는 유토피아 팜ユートピアファーム은 완숙 망고의 과육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데, 일요일은 휴무일이라 아쉽게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님은 관광지니까 일요일에도 열어야 한다고 호통치시는데, 확실히 맞는 말이지만 4월은 관광객이 적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수기여도 해외에서 크루즈선이 정박하는 시기에는 택시 한 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고 하니 방문 전에 크루즈선 일정을 미리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여름에 가장 달콤하다는 망고와 달리, 사탕수수의 경우 한 번 기온이 내려가지 않으면 당도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름에 먹는 사탕수수보다 봄 시기에 마시는 사탕수수 주스가 더 달콤하다고 합니다.
기사님의 음식점 순위
기사님은 섬 곳곳에 위치한 음식점을 직접 먹어본 뒤 순위를 매겨서 관광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는듯 합니다. 원래 진정한 맛집은 기사들이 가장 빠삭하게 알고 있는 법인데, 미야코섬 맛집에 관한 한국어 정보가 워낙 희소하고 애초에 요즘 인터넷발 정보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안내받은 택시 기사의 맛집 순위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데비치
데비치てびち는 쉽게 말하면 류큐식 족발 요리입니다. 미야코어로는 “돼지 뼈”라는 뜻의 waː+buni [와부니]라는 단어가 사용되어왔다고 합니다. 제가 미야코섬을 방문하며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 바로 데비치 라멘이었습니다. 기사님의 추천 식당은 프사라 중심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좋은 시마오뎅 다카라島おでんたから라는 이자카야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방문하려던 날에는 개점하지 않아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에 저는 다소 외딴 곳에 위치한 라멘 하우스 티다ラーメンハウスてぃだ라는 식당에서 데비치 라멘을 먹었는데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조코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이 식당은 손님이 적어 한산하였는데, 방문해보실 것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소키 소바
미야코 소바 외에 소키 소바ソーキそば도 오키나와현 전역에서 유명합니다. 4일차에 기사님이 소키 소바가 맛있는 집이라며 알려주신 밧시라인ばっしらいん에 가려다가 영업을 하지 않아 대신 소개받은 미야코공항 소재의 노무라のむら라는 음식점에서 먹어보았는데,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앞서 먹어본 데비치 라멘에 비하면 밍밍한 데다 맛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면이 굵은 데다 국물이 싱겁고 개성이 없다고 할까요? 이는 1일차에 미야코 소바를 먹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식탁에 놓인 향신료를 넣어야 완성되는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씁니다. 코레구스를 두르고 몇 가지 향신료를 두르니 그럴싸한 음식으로 변모했습니다. 저는 4일차에 LCC 항공가 취항하는 시모지공항을 방문하기 바로 전에 일부러 미야코공항까지 간 것이었기 때문에 실망감이 든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집이 요리를 못한다기보다는 원래 이런 요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기의 육질만큼은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실은 원래는 기사님이 가장 먼저 추천한 “잊을 수 없다”라는 뜻의 밧시라인ばっしらいん에 가고 싶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 영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날을 바꾸어 동선에 따라 같은 계열의 체인이라고 하는 노무라에 방문했던 것입니다. 밧시라인은 일본의 류큐제어 연구자인 시모지 미치노리下地理則 교수가 미야코섬을 방문할 때마다 찾을 정도라고 하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이곳의 요리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두부 요리
올해 들어 일손이 부족해서 계속 휴업 중이나, 두부를 올려 먹는 소바는 미나아이야皆愛屋라고 하는 가게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관광객들에게 안내해주고 실패한 적이 없다고 자부할 정도인데, 아무튼 지금은 휴업 중입니다. Google 지도에 나와 있는 사진을 보니 순두부 같은 몽글몽글한 두부가 국물에 가득 차 있어 먹음직스럽습니다. 간수 대신 바닷물을 사용해서 직접 만든 두부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어쩐지 마찬가지로 바닷물을 사용했다고 하는 강릉의 초당 두부와 무척이나 생김새가 닮았습니다. 현지 가이드가 고평가한 가게인만큼 나중에 미야코섬을 관광할 계획이 있다면 영업 여부를 확인한 뒤 방문할 것을 권해봅니다. 미야코섬에 두부 전문점은 당초 제가 방문할 계획이었던 봄할매 식당春おばぁ食堂도 있지만, 역시 미나아이야가 훨씬 맛있다고 합니다.
열대 과일
기사님이 가장 추천하는 곳은 앞서 언급한 유토피아 팜입니다. 완숙 망고의 과육이 듬뿍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가장 인기 있다는 듯합니다. 구리마섬에 위치한 낙원의 과실楽園の果実도 인기점이라고 합니다. 낙원의 과실은 경영자가 망고 농원을 소유하고 있어서 망고가 주력으로 한 파르페가 맛있다고 합니다.
저는 아쉽게도 휴무일이라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방문한 곳은 미야코섬 열대식물원 근처에 위치한 농원에서 운영하는 스쿠바리 테라스すくばりテラス입니다.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냉동 망고 과육이 담긴 망고 주스와 빵을 함께 먹었습니다. 망고가 달고 맛있었지만 냉동이라 씹는 맛은 그닥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직 망고 수확 철이 아니었기 때문에 잘 익은 열대 과일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6월 이후 여름 기간 동안 미야코섬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또 이건 4일차의 이야기입나다만, 미야코섬의 새로운 명물인 바나나케이크를 먹기도 했습니다. 프사라항 바로 앞에 위치한 Monte Doll이라는 디저트 가게에서 먹어본 바 맛이 좋았습니다. 프사라 도심에서 가까우니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야코 바다 풍경의 순위
유년기를 미야코섬에서 보낸 기사님은 오키나와 본섬의 바다조차 더럽게 느껴져서 못 들어간다고 합니다. 들어가면 병에 걸릴 것 같다고 하시는데, 과장이 아닐까 싶지만 그만큼 미야코섬의 바다가 압도적으로 깨끗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사님이 펄 때문에 탁한 서해안 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기사님은 바다의 청결도와 풍경마저도 순위를 매겨두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유명한 요나하 마에하마 비치与那覇前浜ビーチ가 1등일 줄 알았는데, 역시 현지인은 숨겨진 명소를 알고 있는 법입니다.
미야코섬은 애초에 산이 없고 강이 없어서 육지의 토사가 바다로 유입되기 어려운 지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닷물이 탁해지지 않고, 또 모래도 백화된 산호 시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하얗습니다. 이러한 미야코섬의 투명한 바다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은 이라부 대교 앞에 위치한 도구치 해변渡口の浜이라고 합니다. 기사님 기준 베스트 1위가 바로 이곳입니다.

반면 기사님의 워스트 1위는 미야코섬 서해안에 육지로 파고든 요나하만与那覇湾 해안입니다. 해류의 관계 상 진흙 같은 것이 요나하만에 들어와서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합니다. 요나하만의 바다는 투명도가 낮고 미야코의 다른 바다만큼 투명하지 않으므로 기사님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았으나, 제가 본바 아주 예쁜 바다여서 어느 부분이 더럽다는 건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비가 심하게 내려서 투명도에서 큰 차이를 못 느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사님이 iPad로 직접 촬영한 도구치 해변의 동영상을 보여주셨는데, 실로 투명하여 바닥이 깨끗하게 비쳐 보였습니다. 날이 좋으면 도구치 해변은 바닷속이 정말로 투명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구리마 대교와 이케마 대교
구리마 대교는 바다를 가르는 대교이기는 하여도 이라부 대교에 비하면 규모가 아주 작습니다. 구리마섬来間島에는 인기 있는 류구조竜宮城 전망대가 있고 또 대교를 건너는 풍경도 아름답기 때문에 드라이브차 방문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어차피 차를 몰 수만 있다면 미야코섬 어디든지 간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구리마섬에는 학교가 있지만 저출산 문제 폐교되었다고 합니다. 일본도 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특히 젊은 사람들은 미야코섬을 떠나는 추세가 보인지 오래되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전망대는 구경하지 않고 빗속의 드라이브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구리마 대교를 미야코섬 방면으로 건너면 왼편 전방에 보이는 것이 요나하 마에하마 비치입니다. 미야코섬에서 가장 지명도가높은 해변으로, 미야코섬에서 매년 개최되는 철인삼종 경기인 스트롱맨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구리마 대교를 왕복하자마자 바로 이케마 대교를 향해 달렸습니다.
미야코섬 측의 이케마 대교 진입구 근처에는 앞서 언급한 도구치 해변이 있으며 차를 대고 경치를 구경할 수 있도록 작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정작 대교를 건너 이케마섬에 들어가보니 기사님께서는 이 섬에는 볼 게 없다고 하여 둘러보지 않고 바로 대교를 왕복해왔습니다.
시모지 공항에 관한 여담
시모지 공항을 민간 항공사의 훈련 비행장으로 건설하려고 한 당시 오키나와현 지사였던 야라 조뵤屋良朝苗 씨는, 이곳을 군사 목적으로는 일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야라 각서를 정하여 항공자위대와 재일 미군은 시모지 공항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각서는 현재에도 유효하여, 2023년 1월에 재일 미군이 인도적 지원과 재해 구원을 위한 훈련 허가를 요청했으나 오키나와현은 ‘사용 자숙’을 권고하여 사실상 거부하였습니다. 이는 재일 미군과 오키나와현의 관계와 크게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반미 시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오키나와 재일 미군과 현지 주민 간의 마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군사 훈련 중 발생하는 비상 상황에서도 시모지 공항에 착륙하는 것이 불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마침 제가 미야코섬을 방문한 4월 초순은 인근에서 육상자위대 헬기의 추락 사고가 발생한지 1주년을 맞이한 시기입니다. 이 원인불명의 사고 탓에 국군으로 치면 육군 중장에 해당하는 육장陸將이 사망하여 꽤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훈련 비행장을 사용하던 JAL과 ANA가 나중에 물러난 뒤 이라부 대교가 완공되어서 지금은 미쓰비시지쇼가 경영권을 취득하여 저가 항공사 전용 공항이 되었습니다. 일본 국내선은 물론 심지어 인천에서도 저렴하게 미야코섬에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미 1일차 기사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유키시오 제염소 견학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가운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경승지로 유명한 니시헨나자키 근처에 있는 유키시오 제염소 겸 유키시오 뮤지엄에 도착했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주차장에서 대기하기로 하였고 저는 유키시오 뮤지엄에 들어가 미야코섬의 청정 해수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다양한 유키시오 관련 상품이 빼곡하게 진열된 기념품점이었습니다. 소금 그 자체는 물론, 찬푸루, 꼬시래기, 레몬 허브, 갈릭, 히비스커스, 말차 등 이색적인 맛이 입혀진 소금도 판매 중이었으며, 중독성 있는 노래로 미야코섬 방문자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유키시오 산도도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식용 목적 외에도 미용을 위한 입욕제로서의 소금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유키시오 미야코지마 사이다도 유명합니다.
기사님께서 유키시오 소프트크림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하여 냉큼 사먹어봤더니 상당히 깊은 맛이 있는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소프트크림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점내에 놓인 형형색색의 다양한 소금을 뿌려먹으면 은은한 향과 더불어 짠맛이 더해져 오히려 더욱 달콤함이 강조되는 이색적인 미식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시콰사, 레몬 허브, 히비스커스 등 다섯 종류가 비치되어 있었지만 저는 말차 소금이 마음에 들어 도중부터는 그것만 쳐서 먹고 있었습니다.

유키시오 소금은 해수염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일반적으로 생산되는 천일염과는 제조방식이 사뭇 다릅니다. 미야코섬은 지각변동에 의해 산호초가 융기하면서 발생한 섬이므로, 지반은 산호초의 사체가 변형되어 형성된 류큐 석회암입니다. 석회암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 해수가 바위 속으로 스며들기 쉽니다. 바위에 스며든 해수를 지상에서 구멍을 뚫어 끌어올린 뒤 역삼투압 농축이라는 공법을 통해 해수로부터 담수만을 여과해냅니다. 원래 이 기술은 강이 없어서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던 미야코섬에 식수 공급을 위한 해수 담수화를 위해 도입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버려지는 농축 해수를 활용해보자는 역발상을 통해 미야코섬을 대표하는 유키시오 소금이 탄생한 것입니다. 농축 해수는 이후 순간증발 제법을 통해 소금으로 가공됩니다. 한국의 천일염과 마찬가지로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기념품점에서 미야코지마 사이다와 그 뱃지와 유키시오 소금 작은 병을 구입했습니다. 이때 구입한 소금은 지금도 요리에 쳐서 먹고 있습니다. 소금 입자가 곱지 않고 원기둥 모양으로 길게 되어 있어 특이합니다. 유키시오 뮤지엄 바로 앞은 자연경관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망대가 존재합니다.
스트롱맨
오키나와현에서 원래 철인삼종을 처음 개최한 곳은 미야코섬인데, 경기로서의 규칙을 제대로 도입한 곳은 야에야마섬이라고 합니다. 거리는 미야코섬의 철인삼종 경기가 더 길다고 합니다. 원래는 ‘철인 레이스’라고 불렸는데, 처음에 참여했던 선수들은 정말로 철인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150만 엔 정도 하는 비싼 장비를 쓰지만, 처음에는 마마차리ママチャリ(주부가 장 보러 갈 때 타는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고 합니다.
또 철인삼종 경기는 제한 시간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처음에는 제한 시간이 9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깝게 시간에 맞추지 못한 경우에도 섬사람들이 불쌍하다며 심판에게 윽박을 지르며 한 시간 가량 문을 못 닫게 방해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긴 거리를 필사적으로 달려온 사람을 눈 앞에 두고 어떻게 문을 닫을 수 있냐며 항의하던 40년 가까이 전의 회차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기사님은 회상합니다. 미야코섬 사람들의 기질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올 4월 14일에도 철인삼종 경기는 개최됩니다. 길거리에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잔뜩 내걸려 있습니다. 그때에는 이미 이 섬을 떠났겠지만, 어떠한 경주가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
마무리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글이 중구난방이 되고 기억도 희미해진 부분이 많습니다. 여행 기록은 그때그때 바로 남겨두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3일차의 후반부는 금세기 내로 갱신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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